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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환관)의 수명은 왜 다른 사람들보다 길었을까?

by powerin0815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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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내시(환관)는 왜 더 오래 살았을까?

수명 차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 중 하나는 생물학적 요인, 그중에서도 ‘생식능력’에 주목한다.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가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려는 시도다. 2012년, 인하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은 조선시대 환관과 동시대 양반 남성의 수명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들은 16세기부터 19세기 사이의 역사 자료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생식 기능을 상실한 환관은 양반 남성보다 평균 14~19년 정도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시대 평균 수명이 대개 40세에서 50세 사이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차이다. 당시만 해도 60세인 환갑을 넘긴다는 것은 큰 축하를 받을 만큼 드문 일이었지만, 환관들 중에는 환갑을 넘긴 사례가 흔했고, 100세를 넘긴 기록까지 일부 문헌에서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결과가 단지 생활 환경이나 식습관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았다. 거세로 인해 남성 호르몬 분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노화 속도가 느려지고 관련 질병에 대한 위험도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https://cafe.daum.net/kphpi21/iRNK/1126

 

남녀 수명 격차,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개발원이 올해 초 발표한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명보험에 가입한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90.7세, 남성은 86.3세로 나타났다.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약 4년 길다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초반, 남녀 간 평균수명 격차가 9.9년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성별에 따른 수명 차이는 뚜렷하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2022년 기대수명 자료를 보면, 성별에 따른 수명 차이는 많게는 약 10년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에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생활 습관이나 환경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킬리피시가 알려준 생식세포와 수명의 관계

이러한 가설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한 최신 연구가 일본에서 진행되었다. 오사카대학교와 규슈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은 아프리카 열대 지방의 간헐적인 호수에 서식하는 ‘킬리피시(Killifish)’라는 물고기를 이용해 실험을 수행했다. 킬리피시는 몸길이가 약 4~5cm에 불과하며, 성체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주밖에 되지 않아 척추동물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다. 또한, 전체 수명이 약 6개월로 매우 짧기 때문에, 생애 주기 전체를 짧은 시간 안에 관찰할 수 있어 수명과 노화 연구에 적합한 모델 생물로 자주 활용된다.

연구진은 킬리피시의 생식세포를 제거한 후, 성별에 따라 수명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생식세포가 사라진 암컷은 평균 수명이 6.6% 감소했으며, 수컷은 반대로 수명이 약 13%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암컷의 경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면서 혈중 지질 수치가 높아졌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증가했다. 또한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몸집이 커졌지만, 암 발생 위험 역시 커져 수명이 단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생식세포를 제거한 수컷은 정자를 만들지 않는 대신, 간에서 비타민 D의 생성이 활발해졌다. 비타민 D는 근육과 뼈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피부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해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기여한다. 연구진은 킬리피시 수컷과 암컷에 각각 비타민 D를 보충 투여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수컷의 수명은 평균 21%, 암컷은 7%가량 연장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생식세포가 성별에 따라 신체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며, 이것이 곧 수명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수컷과 암컷 개체는 같은 생물일지라도 생식기능 유무에 따라 신체 내에서 완전히 다른 생리적 변화가 발생하며, 이는 곧 노화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단순한 생물학 문제는 아니다: 후천적 요인의 영향

비록 생물학적 차이가 성별 간 수명 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남성과 여성의 생활방식 차이 역시 중요한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흡연, 음주, 불규칙한 식사 등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질병이 생겨도 병원을 찾는 비율이 낮은 편이다. 또한 의사의 처방이나 조언을 따르는 데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았던 이유 중 하나로, 남성이 방역수칙이나 마스크 착용을 더 소홀히 한 점이 지목되었다. 이러한 생활습관 차이는 작은 요소 같아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건강 상태와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래에는 격차가 줄어들까?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도 금연, 절주, 운동, 정기검진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려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지속된다면, 남녀 간 수명 격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킬리피시 연구처럼, 생식세포와 호르몬의 영향이 수명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과학적 접근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이 선택하는 생활습관과 사회적 인식 역시 수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변함없다.

결론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수명 차이는 단지 유전적 운명이 아니라, 생물학과 환경, 생활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과학적 이해와 함께 올바른 건강 습관을 갖춘다면, 남녀 모두가 더욱 길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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